보건의료노조 "의사 집단행동은 윤리강령 위배"

시간:2024-03-28 18:21:37 출처:money roll 슬롯

보건의료노조

범국민행동 제안…"이미 의료 피해 발생" 지적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 행동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이를 의료계의 비윤리적 행위로 못박고 진료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의료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다면 노조 차원에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행동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의사를 제외한 의료계 노동자의 조합이다.

18일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해 환자 생명을 살려야 할 의사들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며 집단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국민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진료 중단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파업 때처럼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환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고충 사례를 일부 밝혔다.

노조는 "벌써부터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입원날짜가 미뤄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고, 검사 중단, 진료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의서 서명, 드레싱, 동맥혈 가스 검사(ABGA), 배설관리(Foley, 인공항문 인공방광) 등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맡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진료중단에 따른 불법의료 발생, 의료사고 위험, 간호사들의 업무량 폭증과 번아웃, 환자들의 민원 폭발이 우려되고 있다"며 "지금도 의사와 인력 부족으로 의료현장은 폭발 직전의 위기상황인데 2월 20일부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어떤 의료사고가 터질지 모르고, 환자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와 고통은 예측할 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 △환자와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 유지 △환자의 최선의 이익 보호 △국민 건강 증진 △환자와 사회의 신뢰 유지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 보호 등을 명시한 의사 윤리강령을 소개하면서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는 의사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증원은 의사들이 맞서 싸우려는 '정부의 야욕'이 아니라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붕괴의 재앙을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고 '국민의 요구'"라고 지적해 의대 증원이 사회적 필수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노조는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며 국민에게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을 막고,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보건의료노조는 범국민행동 방침으로 △집단 진료중단부·휴진에 참가한 의사단체와 의사들에게 항의와 호소의 메시지 보내기 △집단 진료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보내기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의대 증원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내용을 퍼 나르기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을 규탄하고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발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진료정상화 설득 활동 △집단 진료중단·휴진을 막기 위한 국민촛불행동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오는 19일 전공의 집단 사직과 진료 중단에 따른 환자 피해 사례와 의료인력의 고충사례를 전면 조사해 대중에 공개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는 정부 방침에 정면 대응하며 시간이 갈수록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7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연 첫 회의에서 11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 회원이 전자투표로 파업 시점을 결정하고, 회원의 법률 구조를 위해 대형 로펌과 접촉을 시작하며, 전국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오는 25일 여는 방안 등이 결정됐다.

이 자리에서 공개한 결의문에서 의협은 "어떠한 경우에도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이는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겁박했다.

'도전'이라는 단어 선택에서 보여지듯 의료계가 정부 보다 위에 있음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궐기대회에서는 한 참가자가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사들의 특권의식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 논란을 두고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 전 회장은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관련해 작년 말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85.6%는 이번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