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으면 환자도 없다”… 일부 도넘은 발언에 여론 ‘싸늘’ [의료대란 현실로]

시간:2024-03-29 03:59:44 출처:money roll 슬롯

“의사 없으면 환자도 없다”… 일부 도넘은 발언에 여론 ‘싸늘’ [의료대란 현실로]

전공의 집단행동 ‘초읽기’

의료계, 정부 이어 국민 향해 ‘화살’
의협 “의사 처벌 땐 정면 도전 간주”

“집단 진료중단, 국민이 나서 막자”
보건의료노조는 ‘촛불 행동’ 제안

지방 전공의들 ‘개별사직’으로 가세
의대생 “20일 집단 휴학” 강행 태세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온 일부 의사들이 정부에 이어 국민을 향해서도 화살을 돌리는 등 도넘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꾸준히 80%를 넘어서고 있고,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 동력으로 찬성 여론을 꺼내든 것 등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들의 연이은 막말에 ‘의사들의 선민의식’, ‘특권의식’ 등을 지적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의 전공의 집단사직이 예고된 가운데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국민이 촛불집회 등에 직접 나서자는 제안도 나온다.
무거운 발걸음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빅5’ 병원 전공의들이 20일부터 근무 중단을 예고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임박하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에게 연락해 수술 연기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른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사들은 익명 단체 카톡방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환자가 죽어도 상관없다’거나 국민(환자)을 ‘개돼지’에 비유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의사들의 익명 카톡방에는 “초기 위암 말기로 키워서 죽어버리길”, “개돼지들 특성을 바꾸긴 힘들고 교묘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는 등의 비하성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의 궐기대회에서 한 전공의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레지던트 1년차 수료를 앞두고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는 이 전공의는 집회에서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다’고 한 표현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2022년 의사 커뮤니티에서 한 의사는 “(환자진료비를) 동물진료비보다 적게 내면서 살려내라는 건 말이 이상하다”며 “돈도 적게 내니까 목숨값도 개보다 못한 걸로 합의가 된 거 아닌가”라고 썼다가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했다. 지난해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 계간지에 “‘소아과 오픈런’은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오픈 시간에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해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의사 집단 진료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국민들이 나서서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단 진료중단을 막기 위한 국민촛불행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전공의들이 19일까지 사직서를 내기로 한 가운데 일부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남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이날 320명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직 여부를 ‘개별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개별사직이지만, 상당수 전공의가 타 병원의 사직 행렬에 발맞춰 사직서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7명의 전공의가 개별적인 사직서를 낸 조선대병원 역시 추가로 사직하는 사례가 늘 가능성이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휴학(동맹휴학)도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전국 의대생들이 동시에 휴학 신청을 할 것이라 밝혔다. 교육부는 “단체행동을 위한 휴학은 학칙상 휴학요건이 안 되므로 각 의대에 동맹휴학은 승인하지 말라”고 요청한 상태다. 휴학은 대학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신청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 집단휴학 신청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업 거부 등 다른 집단행동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3월에 개강하지만, 통상 의대 본과는 2월에 개강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회의를 열고 정부가 전공의 사직 및 업무개시명령 불응에 대해 ‘면허박탈’을 거론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다음달 10일쯤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전공의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원칙에 따라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