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배설 장소를 넘어서 화장실의 정치성 논하다

시간:2024-03-29 06:11:50 출처:money roll 슬롯

단순 배설 장소를 넘어서 화장실의 정치성 논하다


화장실 전쟁

알렉산더 K. 데이비스 지음|조고은 옮김|위즈덤하우스|388쪽|2만1000원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화장실법’이 미국 사회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공공장소 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생증명서의 성별을 따르도록 규정한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성소수자의 화장실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투자 계획을 철회했고, 식당·주유소 등에선 성 중립 화장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젠더 사회학자인 저자는 지난 200년간 미국의 공중화장실은 문화 갈등의 피뢰침이자 정치적 포화의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화장실은 단순한 배설 장소가 아니라 인종·성별·장애 유무 등에 따라 집단을 구분짓는 정치적인 장소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피 대상이 됐던 19세기 빈민가의 공중화장실부터, 여성의 사회 진출과 함께 생겨난 성별 분리 화장실, 1990년대 쇼핑몰에서 유행한 가족용 화장실 등 공중화장실의 역사를 탐구한다.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도입해온 이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성범죄 위험부터 넓은 공간 확보를 위해 대규모 공사를 벌여야 하는 불편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성 중립 화장실이 확산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다가올 화장실 혁명에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